Welcome to Hikikoe!


왜?라는 질문에 어디까지 대답할 수 있을까? 몇 번을 대답한다 하더라도 결국 언젠가 대답하지 못하는 지점에 도달한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것이 정말 의미가 있고, 이룬다면 행복할까? 그럼 그다음에는?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그것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결국 질문의 끝은 허무에 도달한다. 명명하기 힘든 채워지지 않는 갈증, 외로움과 공허, 의미와 유대. 기술적 진보와 물질적 풍요 속에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질문에 뭐라고 답하기가 어렵다. 이런 복잡하고 양가적인 존재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밖에.

왜 히키코모리가 되는가? 히키코모리란 무엇인가? 방에만 있고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으면 히키코모리인가? 히키코모리가 되는 건 개인의 나약함 때문인가? 정말로 그런 것일까? 히키코모리란 도대체 무엇인가?

난 사실상 현대인들의 상당 부분은 히키코모리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직장을 다니든, 아니면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든, 그게 히키를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라 끝없는 질문에 의미를 찾지 못하는 모든 이가 히키코모리이다. 죽은 눈으로 아무런 의욕 없이 직장을 다니고 집에 돌아와 대충 냉동음식으로 밥을 먹고 멍하니 유튜브만 보다가 잠에 드는 게 히키와 무엇이 다른가? 부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한 움직임일 뿐. 이게 과도한 해석이라고 볼 순 있어도 큰 틀에서 보자면 히키코모리나 현대의 직장인이나 하루하루 의미를 찾지 못하고 의욕 없이 시간을 죽이며 살아가는 건 매한가지이다.

내가 짜증 나는 건 별 고찰 없이 그저 (히키코모리 = 멍청하고 나태한 중2병 걸린 사회 악)이라고 무시하고 치부하는 인간들이다. 누구나 정말 한순간에 직장을 잃고, 투자에 실패하고, 망가져버릴 수 있다. 그럼 어어 하다가 홈리스가 되고, 부모에게 얹혀사는 신세가 되고, 사회와 본인에 대한 불만을 풀기 위해 키보드 워리어가 되는 것이다. 서울역의 노숙자, 다큐에서 보던 히키코모리의 모습들이 자신이 되는 건 정말, 정말 한순간에 다가오고 그 모습이 되었을 때, 그때 자신의 모습이 예전 유튜브에서나 봤던 초라한 모습이 되었다는 걸 직시하게 된다. 실제 저런 상황이 닥쳐오면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 겨를도 없다. 그냥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처지를 인식할 뿐. 하층민들이나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겠지가 아니라 명문대를 나오고 대기업에 다녔더라도 누구에게나 이런 위기는 매우 가까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기술, 경제, 정치 등 사회가 격동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는. 일본의 1990~2000년대를 봐라. 학벌이 부족해서, 멍청해서, 노동에 대한 의욕이 없어서 홈리스가 되고 히키코모리가 되었는가? 결국 거대한 흐름 속 운에 의해 결정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힘없는 개개인들이 희생되고 직면하게 되는 것들이다.

기술과 사회,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한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개발자는 고소득에 유망한 직종이고,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예술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화이트칼라 직종의 대량 해고, 취업난, 이미지, 음악 등은 생성형 AI로 대체되고 있다. 급격히 사라지는 일자리와 그나마 남아 있는 일자리는 불안정한 저소득 계약직, 계속해서 상승하는 물가와 자산 가격. 현실에서 평범한 개개인의 영향력과 입지는 줄어들고,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은 많아지고 있다. 이 속에서 내면적 고찰에 빠지게 되는 건 당연하다. 히키코모리는 결국 이런 내면적 고찰에서 시작하게 된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고, 나의 쓸모가 사라진 세상에서 나라는 인간은 무엇인가? 철학적 질문에 대한 내면적 고찰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히키코모리는 이러한 질문의 과정 속에서 생겨나게 된다. 이걸 학벌이 안 좋아서, 멍청해서, 끈기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 치부하는 그런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짜증 나는 것이다. 이런 인간들은 대부분 본인이 현재 먹고살 만한 위치에 있으니 히키 같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도, 그러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지만, 지금처럼 직종을 막론하고 모든 노동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시기에 안정적인 직업이란 없다. 그들이 의사든, 대기업 직원이든, 결국 고용적 위험을 겪게 될 것이고, 그때 자신들도 자신이 무시하던 히키들처럼 방에서 컴퓨터나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거든. 그러면 희망도, 의미도, 아무런 의욕도 나지 않는, 혼자서 빠져나오기 힘든 그 무기력함과 부정적인 생각들을 겪고 나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려나?

히키코모리를 무조건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근데 나도 태생적으로 좀 히키 같은 면이 강하고, 또 앞으로 한국 사회에 앞서 말한 의미의 히키코모리가 이미 많고, 더 많아질 것 같은데,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준다고, 정부에서 돈과 임대주택을 제공한다고 해결되는, 그런 물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각자의 의미와 의욕을 찾고,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근데 또 일본의 히키코모리 다큐를 보면 참 답답하고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도 많이 보이긴 한다. 근데 공통점으로 보이는 건 한 번 어떤 위기를 겪고 내면적으로 상처를 받고 자신감을 잃어버린 채 쭉 시간이 지나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 과정 속에서 내면적 고찰을 하고 자신만의 기준과 방향성을 잡아서 마음 딱 먹고 행동으로 옮겨야 그다음이 있는데, 또 상처받기 싫으니까 집에만 있게 되고, 시간은 지나고,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 혼자 생각하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으로 빠지고, 이게 악순환되는 듯. 결국 혼자 나오지 못한다면 외부의 작용이 필요하다. 결국 개인이나 사회나 다 노력해야 하는 문제이지.

N.H.K에 어서오세요! 보고 나서 평소에도 히키코모리에 대해 관심도 많았고, 나도 그런 히키 기질이 있어 공감도 되고 해서 그냥 이것저것 생각나는 걸 적어봤다. 근데 확실히 일본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생긴 사회적 문제들은 근본적인 원인이 물질보다는 심리적인 게 원인인 경우가 많아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건 확실하다. 그리고 그런 사회적 문제들이 일본의 경제 성장 모델을 가져온 한국에도 유독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고. 국가라는 체제 안에 속한 현대인들은 어쩔 수 없이 사회의 흐름 속에 갇혀 크고 작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진짜 앞으로 20년 후에 기술의 발전으로 개개인이 자신의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된다면 모를까. 근데 이마저도 이미 가상 공간 안에서는 디스코드든, 커뮤니티든 이런 형태로 나오고 있기는 하지. 그냥 힘없는 평범한 개개인들만 경제와 정치의 사회 변화 속에서 희생되는, 그런 안타깝고 안쓰러운 존재인 거지 뭐.


2026년 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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